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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 유행하는 이유 고찰 (2021. 4. 23.)

함부르거 2023. 4. 7. 09:43

요즘 유난히 음모론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 같다. 미국의 큐어논 류 음모론이 우리 나라에도 추종자가 많다던가, 좌파 쪽에도 턱도 없는 음모론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성향에 상관 없이 음모론이 만연한 느낌이다.

 
왜 음모론이 유행하는가 생각해 보면 일단 외적으로는 인터넷의 발달로 음모론이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는 게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의 본성이 음모론에 빠지기 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음모론이 유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서 단순한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단순해 보이는 어떤 사건도 그 배경과 원인에는 온갖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무언가 사물의 기원을 추적하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역사학, 과학, 경제학 같이 사물의 원인을 추구하는 학문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서 인간의 행동 동기는 생각보다 단순한 경우가 많다. 인간을 움직이는 대부분의 동기는 욕망이다. 그리고 이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이해하기가 쉽다. 식욕, 성욕과 같은 원초적인 욕망은 물론이고 명예욕이나 지배욕, 이타심, 심지어 정치적 이상이나 종교적 기원 같은 고차원적 욕망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음모론이 쉽게 퍼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닐까. 이해하기 쉬운 욕망과, 이해가 어려운 복잡한 세상 사이의 갭말이다.
 
내가 볼 때 이 세상의 대부분 사건들은 많은 사람들의 단순한 욕망이라는 동기가 복잡한 세상의 구조 속에서 얽히고 섥히면서 발생한다. 도식으로 놓고 보자면 이렇다.
 
   단순하지만 많은 사람의 동기 -> 복잡한 세상의 구조 ->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헌데 음모론자들은 세상을 이렇게 보는 것 같다.
 
   단순하고 적은 사람들의 동기 -> 어떤 거대한 힘이나 조직의 음모 -> 이해하기 쉬운 사건
 
 
그러니까 사건의 원인을 외계인이나 빅테크 기업 등 몇 개로 줄여 버리고, 복잡한 인과관계를 음모로 대체해 버리면 세상을 이해하기가 참 쉬워진다. 그리고 이렇게 쉬워진 이해 방법이 인간의 뇌가 좋아하는 경로의존성을 거치게 되면 음모론 외로는 세상을 바라보기 어려운 사람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걸 고찰하다 보면 인간과 대중이라는 존재에게 냉철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괴물과 마주하다 똑같은 괴물이 되어서는 안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