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뉴스 & 비평 6

시리아 내전 고찰

얼마 전 아사드 정권이 순식간에 붕괴하고 반군 세력이 다마스커스를 점령했다. 누구도 예측 못했던 일이지만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일단 아사드 정부군은 극심한 인적 소모로 인해 이미 붕괴 직전이었다. 아사드 정권의 핵심인 알라위파의 성인 남성 1/3이 전사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무려 13년간 이어진 내전은 안그래도 소수파였던 아사드 정부의 인적자원을 철저히 고갈시켰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던 아사드 정부가 그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분쟁 때문에 시리아에 충분한 지원을 못하게 되면서 아사드 정권엔 붕괴 외엔 다른 길이 없게 되었다. 시리아 내전이 이름 그대로 내전..

북한 체제의 붕괴가 멀지 않은 듯 하다

나는 1995년에 국군정보사에서 군 생활을 한 이래로 북한 문제에 대해 30년 가까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 아닌 공부를 해 온 사람이다. 프로페셔널까진 아니지만 북한 관련해서 뭔가 있으면 한마디 할 수 있는 딜레탕트 정도는 된다고 할까. 이런 내가 그동안 가장 싫어하던 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북한 붕괴설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개방설이다. 북한 붕괴설은 김일성 사망 때부터 줄기차게 이어 오던 보수의 레퍼토리다. 그동안 나는 곧 북한 붕괴한다는 말 들을 때마다 개소리 작작하라고 하곤 했다. 왜냐면 북한이 붕괴한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숱한 탈북자들을 관찰해 왔지만 그들에게서도 어떤 붕괴의 징후를 볼 수 없었다. 굶어서, 범죄자라서, 기타 등등 온갖 사유로 탈북을 하지만 그건 다 개인적인 이유다. 그..

음모론이 유행하는 이유 고찰 (2021. 4. 23.)

요즘 유난히 음모론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 같다. 미국의 큐어논 류 음모론이 우리 나라에도 추종자가 많다던가, 좌파 쪽에도 턱도 없는 음모론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성향에 상관 없이 음모론이 만연한 느낌이다. 왜 음모론이 유행하는가 생각해 보면 일단 외적으로는 인터넷의 발달로 음모론이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는 게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의 본성이 음모론에 빠지기 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음모론이 유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서 단순한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단순해 보이는 어떤 사건도 그 배경과 원인에는 온갖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무언가 사물의 기원을 추적하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

개인화 서비스의 명과 암 - 인터넷의 역설 (2018. 2. 19)

유튜브를 보다 보면 신기할 정도로 추천 영상이 내 취향에 맞게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수상자 영상을 즐겨 봤더니 비슷한 경력의 다른 성악가 영상을 보여 준다던가, 기계 수리나 단조, 주물 같은 장인들 영상을 즐겨 봤더니 비슷한, 그리고 볼만한 영상을 제시해 준다던가 암튼 제가 모르던 채널이라도 뭔가 제 취향에 맞을 만한 걸 귀신같이 골라줍니다. 진짜 유튜브에서 추천해 주는 영상만 보고 있어도 하루 종일 시간 보낼 수 있을 정도지요. 모바일 앱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게 유튜브인 걸 보면 저만 그런 것 같지 않군요. 사실 이 기능은 예전부터 있던 겁니다. 하지만 처음엔 그리 대단치 않았어요. 뭔가 제가 원하는 영상을 보려면 일일히 검색해 봐야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

혐 베트남(혐월) 정서 단상 (2021. 6. 28.)

요즘 유튜브를 보면 넘쳐 나는 국뽕 영상 못지 않게 베트남 혐오 영상도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몇몇 채널은 아예 그게 전문인 것 같고. 포털 댓글 중에도 베트남 관련 기사에는 유독 악플이 많다. 이 정도 되면 혐 베트남 정서, 이른바 혐월정서라는 게 어떤 임계점을 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최근 십여년간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였다. 대충 7% 언저리의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 왔는데, 이는 베트남이 인구 일억명에 가까운 대국임을 생각하면 매우 인상적인 수치다. GDP 규모가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으니 베트남 사람들 본인들부터가 국력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다른 경제지표도 모두 좋고 무엇보다 노동인구 비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