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녹천주조장 소곡 화주 41도

함부르거 2023. 10. 19. 03:27

 

예전에 제사 지낼 때 작은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녹천주조장의 소곡 화주 41도를 오늘 마셔 봤습니다. 첫 감상은 이런 대단한 술이 이 가격에? 라는 느낌이네요.

 

구수한 곡물향이 올라오지만 눅눅한 느낌이 없이 산뜻합니다. 재료로 국화가 들어갔다는데 국화향은 곡물의 눅눅한 향을 잡아서 산뜻하게 정리해 주는 정도로 그쳐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네요. 술에서 꽃향기가 지나치면 맛을 망치는 수가 있는데 깊게 맡아 봐야 겨우 느낄 정도라서 적당한 밸런스를 잡고 있습니다. 다만 누룩 냄새 싫어하시는 분한텐 좀 안 좋을 수 있겠네요. 

 

알콜 도수 41도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입술에서는 부드럽지만, 또 목으로 넘어갈 때는 적당한 자극을 주면서 깊은 뒷맛을 남깁니다. 이거 의식적으로 자제하지 않으면 계속 마셔서 인사불성이 될 수도 있는 술이네요. ^^;;;;

 

위스키처럼 하이볼로도 마셔 봤습니다. 맑고 투명한 잔에서 누룽지와 된장 같은 구수한 향이 올라와서 아주 재밌습니다. 차게 식히니까 국화향이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이거  겉으로 볼 땐 얌전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한 술입니다. 그 고향인 충청도 사람들 같아요.ㅋㅋㅋ 제가 충청도 핏줄이라 그런지 몰라도 너무 좋네요 이거. ㅋㅋㅋㅋㅋㅋ 스트레이트는 맛있는데 하이볼은 재미 있어요. 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우리 나라 전통 소주의 산뜻한 맛과 더불어 깊이 있는 향을 가진 술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요리하고도 잘 어울리겠지만 그냥 마시는 편이 깊은 맛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술은 처음 열었을 때는 향기가 안 나서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잔에 따르고 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 다음 음미하시길 권합니다. 어떤 식으로 즐겨도 맛있겠지만 그냥 노징 글라스에 스트레이트로 드시는 게 가장 좋을 거 같습니다.

 

원래 소곡주는 발효주가 유명하지만 이건 그걸 증류해서 아주 멋진 맛을 창조해 냈습니다. 이런 멋진 술이 700ml 기준 인터넷에서 3만5천원입니다. 비싸다고 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만, 수 많은 수입 위스키 가격을 보면 그렇게 느껴지질 않네요.

 

이런 좋은 술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나라 소주(증류식)도 좋은 술 많다구요. 전 위스키도 좋아하고 많이 마셔 봤지만 우리 소주도 위스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철철 넘치거든요. 일단 이런 술이 우리 나라에서부터 많이 알려지고 팔리고 대중화 되고 평가를 받아야 외국에도 수출되고 한국의 브랜드가 될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나라에서부터 안 팔리는데 외국에 알려 지겠어요? 역으로 이젠 우리 나라에서 유명해지면 외국에도 유명해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좋은 술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아서 우리 나라의 또다른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백주뿐 아니라 일본, 대만의 위스키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 이보다 하나도 못하지 않은 우리 술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그 점에서 망할 주세법 이야기는 다들 아실테니 생략. 우리 나라에서 이런 증류주는 세금 때문에 사업하기 힘든 건 다들 아시죠? 이렇게 좋은 물건을 만들면서도 세금 때문에 제대로 상품화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전통주 살리기 사업 백날 하는 것보다 세금 고치는 거 하나면 다 될 겁니다.  맥주 세제 고치구서 한국 수제맥주 시장 확 바뀌는 거 보세요. 

 

암튼 맛으로 술을 즐기는 분들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술이라는 감상 남기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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