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이 사고에 대해서는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사고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속단도 불가함을 먼저 밝힙니다. 그럼에도 이 사고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으며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합니다. 제가 보는 의문점들을 말해 보겠습니다.
1. 기장은 왜 그렇게 급하게 복행 착륙해야 했는가?
사고 경과를 보면 첫번째 착륙 시도에서 실패하고 복행(Go around) 후 재착륙 시도를 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속도가 충분히 감속되지 않았고, 때문인지 터치다운 지점도 활주로 중간부분으로 매우 늦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나중에 말할 둔덕과의 충돌 원인이기도 합니다.
보잉 737-800 기종의 통상적인 착륙 속도는 약 130 노트(240 km/h)이나 이번 사고의 항적기록에서는 약 200 노트(370 km/h) 정도도 매우 빨랐습니다.
보통은 복행 시 충분한 거리와 시간을 두고 감속 후 착륙 시도를 하게 되는데 복행부터 착륙까지 너무 급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기장이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2. 랜딩기어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사고 영상을 보면 1차 착륙 시도 때는 랜딩기어가 내려와 있었는데 2차 때는 랜딩기어 없이 동체 착륙을 했습니다. 조종사들의 실수인지, 기체 결함인지, 정비 불량인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3. 버드스트라이크는 치명적이었나?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버드스트라이크는 비교적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이며 보통은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일럿들의 말에 의하면 저속에서 발생한 버드스트라이크는 큰 문제가 없고, 고속에서 발생할 경우 엔진 정지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는 엔진에서 불꽃이 나온 걸 보면 버드스트라이크가 있었던 거 같지만 이게 기체 이상을 불러 일으킨 치명적 원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것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4.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둔덕은 왜 만들었나? 그 둔덕은 치명적이었나?
이번 사고에서 가장 쟁점이 될 부분입니다. 활주로 끝의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설치한 콘크리트 둔덕은 왜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 둔덕이 사고를 치명적으로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는지 상세하게 밝혀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고를 크게 키운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로컬라이저는 사고 시 비행기가 쉽게 뚫고 나갈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국제규정입니다. 비상시 항공기가 가장 먼저 부딪힐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위치에 콘크리트로 만든 높은 구조물을 만든 것은 아무리 봐도 비상식적인 조치입니다. 보통 안테나 높이를 높여야 하는 경우 부서지기 쉬운 철골로 안테나만 높게 만듭니다. 이 부분은 공항 설계, 공사과정부터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5. 제주항공의 기체 관리는 정상적이었나?
제주항공의 정비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찌감치부터 있었습니다. 블라인드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저가항공사, 특히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기체 관리가 부실하다는 루머는 계속 돌았습니다. 이번 사고 직후 또 다른 제주항공 기체에서 엔진 이상이 발생해 회항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만 봐도 제주항공의 기체당 월평균 운항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중 가장 길었으며, 400시간이 넘은 곳도 제주항공이 유일합니다. 제주항공의 정비 및 운항 스케줄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긴 말 필요 없고 블라인드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회사 평을 올려 놓겠습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한 회사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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