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 넘게 물생활 하면서 이런 저런 여과기를 써 보고, 각종 여과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왔습니다. 이 글에선 제가 공부한 내용을 풀어 놓음과 동시에, 각종 여과기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선택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물고기 사육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1. 저면여과기
- 장점 : 저렴한 가격, 미관, 여과력
- 단점 : 세팅 및 청소 난이도, 수초 기르기 어려움
저면여과기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우수한 여과력을 가진 시스템입니다. 저렴하며, 구조도 단순하고 여과력도 우수하죠. 수족관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바닥재를 여과재로 쓰기 때문에 여과재 양도 많고 미관도 좋습니다. 단점이라면 세팅하고 청소할 때 꽤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대청소 한번 하려면 어항을 완전히 새로 세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이 많아집니다. 또 바닥으로 물이 통과하기 때문에 수초를 기르기 힘듭니다. 뿌리가 생착하기 힘드니까요. 음성수초를 돌 같은데 붙여서 기르거나 포트 수초를 넣을 순 있지만 그리 보기 좋거나 권장되는 방법은 아니죠.
저면여과기는 비교적 소형 어항에 적당하며, 수이사쿠 사이펀 같은 걸로 정기적으로 바닥재 청소하기를 권장합니다. 또 생물학적 여과성능은 뛰어나지만 물리적 여과가 거의 안되기 때문에 - 똥가루 날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 세팅할 때 다른 보완수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와 설치가 까다롭다는 저면여과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박스 저면이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건 저면여과기처럼 기포기로 물을 돌리는데 여과재를 박스에 넣어 놓은 물건이죠. 설치와 청소가 간편해지는 대신 여과재 양이 제한되고 여과력은 약해집니다. 스폰지 여과기에서 스폰지를 박스로 대체한 물건이라고 봐도 될 정도죠. 바닥재라는 많은 양의 여과재를 쓸수 있다는 저면여과기의 장점이 없어지는 물건입니다.
2. 걸이식 여과기
- 장점 : 저렴한 가격, 간편한 세팅
- 단점 : 약한 여과력, 미관, 물살
걸이식 여과기는 가격이 싸고 설치하기 편해서 샵에서 많이들 추천하는 물건입니다만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렴한 가격 말고는 장점을 찾기 어려운 물건이예요. 일단 여과기 내부 물 흐름이 안 좋아서 들어가는 여과재 양에 비해 여과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또 보기보다 물살이 세서 물고기들이 힘들어 합니다. 이런 저런 개조를 해서 단점을 보완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리 효과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또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미관도 별로 안 좋아요. 저는 어항 한쪽에 툭 튀어 나온 여과기가 그렇게 보기 싫을 수가 없더군요. 요즘은 아래에 다룰 외부여과기를 걸이식으로 만든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건 외부여과기 파트에서 다루도록 하지요.
3. 스폰지 여과기
- 장점 : 저렴한 가격, 간편한 세팅, 우수한 여과력, 관리편의성
- 단점 : 미관, 공간
스폰지 여과기는 말 그대로 스폰지를 여과재로 해서 기포기로 작동시키는 물건입니다. 물리적/생물학적 여과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습니다. 물고기를 대량으로 전시하고 있는 수족관에서도 이걸로 세팅해 놓은 곳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죠. 물살도 약해서 새우 같이 수류에 약한 생물 키우시는 분들은 거의 이거죠. 관리하기도 편합니다. 청소할 때는 그냥 스폰지 꺼내서 물에다 행궈 주면 그만이예요. 아래에 말하는 단점 빼면 모든 게 장점 뿐입니다.
문제는 이 여과기는 어항 내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보기에 그리 좋지 않다는 겁니다. 사실 저도 이거 때문에 쓰질 않아요. 이 여과기에는 물고기 똥 같은 게 잘 끼는데 - 사실 어떤 여과기든 다 그렇지만 - 민감한 분들한텐 보기 싫은 요소죠. 어항 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건 원리상 스폰지가 클 수록 여과 성능이 좋은데, 큰 여과기는 어항 내 공간을 많이 잡아 먹으니 말이죠. 자반 이하의 작은 어항에는 솔직히 이 공간 문제 때문에라도 선뜻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어항이 크면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거 같아요.
4. 측면여과기
- 장점 : 가격(?), 유막제거, 설치 편의성
- 단점 : 약한 여과력, 강한물살
측면여과기 쓸 바엔 스폰지 쓰세요. 솔직히 장점이라곤 찾기 힘든 물건입니다. 걸이식 여과기의 사이즈를 줄여서 어항 안에 넣은 거 같은 물건이죠. 여과재 양도 적은 주제에 물살만 셉니다. 주제에 어항 안 공간도 잡아 먹어요. 수족관에서 풀세팅 된 어항 사면 대체로 이걸 넣어 주는데, 그냥 안 팔리는 재고 처리하는 거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됩니다. 물생활 좀 해본 사람들은 거의 안 쓰는 여과기예요. 간혹 유막 제거를 위해서 보조로 쓰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5. 외부여과기(캐니스터형)
- 장점 : 우수한 여과력, 세팅 자유도, 미관
- 단점 : 가격
물생활 하다 보면 돌고 돌아 정착하게 되는 게 이 외여기 아니면 아래에 쓸 섬프입니다. 여과기를 어항에서 떨어트려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어항을 보기 좋게 세팅하기 좋습니다. 입출수구 같은 외장 부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취향대로 꾸미기도 좋죠. 에하임 같은 메이저 브랜드들은 부품도 따로 팔아서 십몇년씩 유지보수하면서 쓰기도 합니다. 대체로 여과재 용량도 커서 여과력도 우수합니다. 여과재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죠.
다만 수압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검증된 물건을 사시길 권합니다. 염가형 모델은 운 나쁘면 물이 새는 경우도 있죠. 물 새면 그 여과기는 못 쓴다고 보시면 되요. 최악의 경우 외여기가 터지면 집은 물난리에 생물들은 전멸할 수도 있죠.
요즘은 이 외여기를 축소해서 어항에 걸 수 있게 나오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위에 걸이식과의 차이는 패쇄형 구조를 가진다는 겁니다. 덕분에 물 흐름과 효율성은 좋지만 사이즈의 한계상 여과재 양이 적다는 문제가 있죠. 미관도 별로구요. 가격도 싸지 않습니다. 꼭 걸이식 외여기를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아니라면 보통의 외여기를 추천합니다.
6. 섬프
- 장점 : 외여기의 장점 + 엄청난 여과용량, 세팅의 자유도
- 단점 : 가격, 복잡성
섬프는 그냥 커다란 물통에 여과재 잔뜩 때려 박고 물 돌리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주 커다란 외부여과기랄까요? 외부여과기와의 차이는 물통이 오픈되어 있다는 거죠. 이 구조 때문에 외여기에는 없는 오버플로우니, 체크밸브니 하는 것들이 들어가고 좀 복잡한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섬프도 잘못하면 물이 넘쳐나오기 때문에 이런 부품들을 쓰는 겁니다.
이건 그냥 통 사이즈만큼 여과재를 넣을 수 있어서 여과력에 있어서는 거의 끝판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어항과 비슷한 크기의 수조를 사용하죠. 수질에 극히 민감한 해수 어항에 많이들 씁니다. 공간이 크다 보니 여과재도 여러 가지를 넣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유동성 여과재를 조합해 넣는 분도 있더군요.
문제는 이게 수요가 적으니 대부분 주문제작이거나 자작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가격도 비싸고 공도 많이 들어가죠. 설치공간도 많이 필요하구요. 좋다는 건 알지만 선뜻 선택하긴 어려운 물건입니다.
7. 유동성여과기
- 장점 : 미관, 여과력
- 단점 : 소음, 공간
유동성여과기는 여과재가 움직이는 물건입니다. 여과재로 모래 같은 걸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대롱같이 생긴 플라스틱 여과재를 씁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여과재 양에 비해서 여과력이 우수하다는 겁니다. 여과기 원리는 질화 박테리아가 여과재에 정착해서 여과작용을 하는 건데, 보통의 고정식 여과재에서는 박테리아군 표면에 바이오필름이 생기게 됩니다. 이 바이오필름은 박테리아가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살 수 있게 해주지만, 물과의 접촉면적을 줄여서 여과력을 떨어트리는 원인도 됩니다.
유동식에서는 여과재가 계속 움직이고 부딪히면서 바이오필름을 깎아내고, 거기에 공기가 직접 부딪히면서 호기성 박테리아에게 산소를 공급해 활성화시킵니다. 덕분에 여과재 양에 비해서 우수한 여과력을 보이게 됩니다. 이 유동성 여과 방식은 수도 정수장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죠.
단점이라면 그리 대중적인 방식은 아니라 어항에서 쓸 만한 유동성 여과기는 드물다는 겁니다. 기성품을 찾기 힘들죠. 그리고 세팅에 따라서 소음이 나기도 하구요. 사용해 본 경험으론 그리 큰 소음은 아닙니다만 민감한 분들에겐 거슬릴 수 있습니다. 스폰지처럼 어항 내 공간을 차지하지만 미관상으론 훨씬 깔끔합니다. 자작도 간단한 편이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8. 상면여과기
- 장점 : 여과력, 안전성
- 단점 : 미관, 세팅 난이도
상면여과기는 섬프를 작게 만들어서 어항 위에 올린 거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아예 대형 상면여과기를 자작해서 섬프처럼 활용하시는 분도 있죠. 물 흐름도 자연스럽고 여과재 양도 많이 들어갑니다. 어항 하단에 위치하는 외부여과기나 섬프와는 다르게 누수 염려도 적습니다. 여과기에서 물이 새나와 봤자 다시 어항으로 들어 가니까요. 정전이 발생해도 꽤나 안심이죠.
문제라면 어항 상단에 큰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관이나 어항 세팅 난이도가 높다는 겁니다. 이걸 쓰면 어항 위에 놓는 모든 다른 장비와의 조합이 까다로와집니다. 조명 설치에도 제약이 생기고, 다른 여과기와 조합하기도 골치아파집니다. 입출수구 위치라든가 여러가지가 걸리적거려요. 이런 점 때문에 그리 널리 보급되진 못하고 있죠. 기성품 업체도 많지 않구요. 물론 세팅만 잘 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방식입니다.
9. 기타 등등
단지여과기는 스폰지 여과기의 스폰지 자리에 여과재 통(단지)을 넣어 놓은 방식입니다. 여과재 양은 적은데 어항 내 공간은 크게 차지하죠. 설치가 편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닥 메리트가 없는 거 같습니다. 원통형 여과기니 뭐니 하는 것들도 대동소이한 방식입니다.
배면 섬프는 어항 내부의 공간을 나눠서 섬프로 만든 방식입니다. 레이아웃이 깔끔하게 나오고 여과력도 좋은 편입니다만 어항 내 공간을 크게 잡아먹는다는 게 단점입니다. 따로 설치할 수 있는 기성품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어항에 붙박이로 세팅해서 파는 곳도 있습니다. 물생활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 생물 적게 기르면서 주변에 뭐 덕지덕지 붙이는 거 싫다면 고려해볼 만한 방식입니다. 확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셔야 하지만요.
10. 맺으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저래 써놓긴 했습니다만, 여과기는 두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첫째, 여과력은 여과재 양에 비례한다. 둘째, 물이 여과재를 충분히 잘 통과하도록 흐름이 좋아야 한다. 이것만 유념하시면 구매를 하든 자작을 하든 좋은 여과기를 선택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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