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부터 금붕어를 키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1년 좀 넘었습니다. 3마리로 시작해서 지금은 수십마리가 됐는데요. 수십마리라고 하는 이유는 새끼들 숫자가 넘 많아서... ㅠㅠ 스무마리까진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투척하고 시작하죠.
< 번식 >
저 금붕어 놈들이 지난 겨울에 알을 미친 듯이 낳아 대서 제가 치어들 챙기느라 고생했지요. 낳은 알의 대부분은 큰 놈들이 먹어 버린 거 같지만 제가 건진 것들만으로도 이만한 군집을 만들어냈으니...
다만 언제까지고 알을 낳을 거 같다는 제 걱정과는 달리, 봄이 오면서 저 놈들의 번식행동이 뚝 끊어졌습니다. 정확히는 수온이 20도 언저리로 올라 오면서 추미행동 자체가 없어졌어요. 금붕어는 수온에 따라서 번식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알을 낳던 때는 수온이 18도 언저리였을 때입니다. 자연하천에서라면 4~5월 경에 산란을 하겠지만 실내에서 키우는 놈들이니 한겨울에 산란을 한 거겠죠.
조명은 산란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초 때문에 하루 10시간씩 조명을 켜 줄 때도 낳고, 일부러 조명을 6시간 이하로 켜 줄 때도 낳았습니다. 금붕어의 계절감각은 전적으로 수온에 따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알을 받아서 새끼를 기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치어가 알에서 깨어났을 때가 가장 취약하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헤엄은 칠 수 있지만 느리고 힘이 없어서 어느 정도 큰 다른 치어들이 잡아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되요. 갓 깨어난 치어들은 바닥이나 벽에 몸을 붙이고 쉬고 있는데, 그 때가 가장 공격에 취약한 순간입니다. 몸길이 6~7mm 정도 되는 치어가 갓 깨어난 치어를 잡아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치어통에 고만고만한 치어들 밖에 없어서 포식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나중엔 수정란만 따로 모아 놓고, 깨어난 치어가 어느 정도 커서 스스로 헤엄칠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치어통에 합류시키는 방식으로 번식시키니 그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고작 일주일 정도 차이에 같은 치어들에게 포식되느냐 아니냐가 갈리니 자연의 비정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 식욕과 먹이 주기 >
금붕어 키우는 사람들이면 다들 하는 이야기가 이 놈들의 끝없는 식욕이죠. 한마디로 무진장 처먹고 무진장 싸댑니다. -_-;;; 어느 정도로 먹느냐면, 목구멍이 막혀 더 이상 먹이를 삼킬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먹어요. 치어들은 내장이 투명하게 비치니 그런 게 다 보이죠. 그 상태에서도 먹이는 계속 물었다 뱉었다 하면서 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건 성어도 마찬가지구요. 치어들은 뱃속이 꽉 차서 배가 툭 튀어 나오고 몸이 비대칭으로 변형될 정도로 먹습니다. 재미 있게도 금붕어도 사람처럼 위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그 방향으로 배가 튀어 나오더군요. 너무 작아서 사진으로 찍어 보여 드리기 힘든 점이 유감이네요.
그럼 무진장 먹어대는 이 녀석들이 소화는 잘 시키냐면,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한번 먹이를 주면 다 소화시키는데 적어도 3일은 걸리는 거 같아요. 한번은 백탁을 잡느라 4일정도 먹이를 안 준 적이 있는데 3일 내내 똥을 싸다가 4일째 되서야 멈추더군요. 치어들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아무래도 체온이 낮은 변온동물이니 대사 속도도 느린 거겠죠. 수온을 낮추면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물고기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구요. 이래서 일주일 정도 먹이를 안 줘도 아무 문제 없는 거 같습니다.
하여튼 이 놈들이 워낙 잘 먹으니까 먹이 주다 보면 재밌거든요? 또 사람도 알아 봐서 먹이도 계속 보채고. 보채면 보채는 대로 먹일 주다 보니 덩치도 엄청 커지고 똥도 알도 엄청 싸대고 말이죠. -_-;;; 덕분에 자반 어항 하나 굴리다가 2자광을 하나 더 들이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웃기는 게 2자광 들이기 전엔 자반도 크다고 느꼈는데 이젠 자반어항이 엄청 작아 보여요. -_-;;;; 암튼 더 이상 새끼를 낳게 놔두다가는 감당 못할 거 같아서 요즘은 먹이 주는 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어류는 적게 먹어도 성장이 안 될 뿐 생명엔 지장 없어요. 오히려 적게 먹어야 오래 살기도 하고. 근데 또 먹이 보채는 걸 안 주자니 참 가슴 아픈 게...ㅋㅋㅋ 손자 배터지게 먹이는 할머니 심정이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ㅋㅋㅋ
< 성장, 변색과 개체 차이>
금붕어 유어의 변색은 대체로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시작되는 거 같습니다. 가장 먼저 아가미부터 색이 변하고, 배, 얼굴, 등, 지느러미 순으로 색이 변합니다. 변색이 시작되고 나서 몸 전체가 바뀌는데는 한달 좀 넘게 걸리구요. 유어들이 색이 변할 때는 매일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조금씩 조끔씩 황금색 부위가 넓어지는 걸 보는 건 집에서 번식 시키는 사람만의 특권이겠죠.
변색은 검은 양말에 락스 떨어트린 것처럼 하얀 얼룩이 생기다가 그게 점점 넓어지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변색 초기에는 옅은 노란색이고 그게 점점 짙어지죠. 변색이 다 되더라도 성어보다 훨씬 색이 옅은 편입니다. 성어도 조명이나 먹이, 나이에 따라서 색이 변하니까 어린 놈들도 성장함에 따라 색이 더 짙어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어들의 성장 속도나 변색 여부는 개체 차이가 심한 거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동배들인데도 어떤 놈은 벌써 성어에 준할 만큼 커진 녀석도 있고, 어떤 녀석은 아직도 유어 티를 못 벗은 놈도 있어요. 변색도 가장 큰 놈은 아직 기미도 안 보이는데 그보다 작은 녀석이 벌써 다 변색된 놈도 있구요. 같은 유전자를 받아도 개체 차이가 더 크게 보이는 거 같아요.
저희 집 금붕어들의 개체 차이 중에서 크게 보이는 게 꼬리 지느러미가 하나인가(싱글테일), 둘인가(더블테일)입니다. 싱글테일이 우성이라고 하는데 더블테일 숫자도 상당합니다. 저 위 사진에 어미 개체처럼 더블테일이 감상하기에는 훨씬 예쁘지만 유영 능력이나 성장속도는 싱글테일이 더 좋은 거 같습니다. 대체로 같은 시기에 태어난 녀석들 중에 성장이 더 빠른 건 싱글테일들 쪽입니다.
< 암수 >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봐도 번식기가 되서 수컷의 추성(눈가나 앞지느러미의 돌기)이 나타나기 전엔 금붕어의 암수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거 같습니다. 그래도 구분이 된 다음에 보면, 수컷 쪽이 좀 더 힘도 세고 덩치도 커지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어미 금붕어가 덩치가 더 컸는데 나중에 들어온 수컷이 훨씬 커지더군요. 암컷 쪽은 알을 만드느라 성장이 느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유영 능력 >
누가 금붕어는 수영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 놈들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 하나도 안 듭니다. 빠르기도 하거니와 큰 놈들은 힘도 세서 물 한번 튀기면 어항 밖이 물바다가 되요. -_-;;;; 뭐 유영 능력이 부족했으면 붕어들이 우리 나라 하천에 그렇게 많이 살겠습니까. 걍 쏘가리나 가물치 같은 육식성 어종에 비해 느리다는 이야기겠죠.
< 지능과 후각, 시각>
금붕어가 어류 중에서는 지능이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얘네들 기르다 보면 사람을 알아봐요. 그리고 제 자세에 따라서 먹이를 주는가 안 주는가도 구분을 하더군요. 저는 보통 먹이를 줄 때는 일어서서 주고, 감상할 때는 앉아서 보는 편입니다. 붕어 놈들이 이걸 알아서 제가 일어서면 먹이 달라고 엄청 보채고, 앉아 있으면 절 관찰하고 있어요. 또 먹이를 줄 때면 조명을 키니까, 제가 일어서서 다가가 조명을 킨다면 먹이를 주는 걸로 알고 수면 가까이로 다 몰려 옵니다. 좀 더 조련 시키면 누가 하는 것처럼 손 위로 부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전 물고기 만지는 취미는 없으니 패스하죠.
이렇게 사람도 알아보는 놈들이 왜 또 똥을 자꾸 먹으려 드는지... 제가 느끼기엔 얘네들은 후각보단 시각 위주로 판단을 하는 거 같아요. 먹이 냄새에도 분명히 반응은 하지만, 냄새를 쫓아가기 보단 자기 시야에 먹이가 들어오면 움직이는 편이더군요. 그러니 똥도 눈앞에 지나가면 일단 입에 넣었다가 아니다 싶으면 뱉고 그럽니다.
< 식물 >
금붕어 기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식물을 기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 자식들이 풀떼기만 보면 다 뜯어 먹어서... ㅠㅠ 멋모르고 수초 좀 넣었다가 아주 비참한 꼴을 보고 말았죠. 모스 종류는 다 뜯어 먹어서 흔적도 안 남았고, 마리모는 입수시킨 당일날 갈가리 찢어져서 날라 다니다가 모두 뱃속으로 골인. 볼비티스도 작살나서 뿌리만 남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수초가 미크로소리움과 나나 밖에 없습니다만 얘네들도 큰 놈들 있을 때는 새 잎이 남아나질 않더군요. 그래도 요즘은 치어들만 남겨 놓으니 수초가 다시 자라고 있습니다.
수초 기르는 사람들한테 반드시 따라 오는 게 이끼인데 오히려 저는 이끼 끼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수초하고 이끼가 자란 다음부터는 수질이 너무 좋아졌거든요. 또 이끼를 긁어내면 붕어들이 엄청 잘 먹습니다.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실이끼 정도는 정기적으로 긁어내야 한다는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물고기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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