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금붕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들

함부르거 2024. 5. 13. 11:16

작년 봄부터 금붕어를 키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1년 좀 넘었습니다. 3마리로 시작해서 지금은 수십마리가 됐는데요. 수십마리라고 하는 이유는 새끼들 숫자가 넘 많아서... ㅠㅠ 스무마리까진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일단 사진부터 투척하고 시작하죠.

유어항의 새끼들. 앞에 서 있으니 먹이 주는 줄 알고 큰 놈들이 몰려 왔네요.

 

어미 금붕어. 열심히 알을 낳아 대서 안쓰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하여튼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녀석입니다

 

수컷 금붕어. 원래 제가 키우던 녀석이 아니고 어머니 집에서 데려온 놈인데 아주 걍 팔자가 확 핀 놈입니다. 지금 무리 중에 가장 덩치도 크고 처먹기도 잘 쳐먹고 물도 제일 많이 튀기고... 아 밉다 미워.

 

색이 변하고 있는 유어들. 저 뒤에 한 놈은 이제 변색이 끝나서 진짜 금붕어가 됐고 3마리가 변색 중입니다.(왼쪽 상단 1, 중앙 2)

 

 

< 번식 >

 

저 금붕어 놈들이 지난 겨울에 알을 미친 듯이 낳아 대서 제가 치어들 챙기느라 고생했지요. 낳은 알의 대부분은 큰 놈들이 먹어 버린 거 같지만 제가 건진 것들만으로도 이만한 군집을 만들어냈으니... 

 

다만 언제까지고 알을 낳을 거 같다는 제 걱정과는 달리, 봄이 오면서 저 놈들의 번식행동이 뚝 끊어졌습니다. 정확히는 수온이 20도 언저리로 올라 오면서 추미행동 자체가 없어졌어요. 금붕어는 수온에 따라서 번식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알을 낳던 때는 수온이 18도 언저리였을 때입니다. 자연하천에서라면 4~5월 경에 산란을 하겠지만 실내에서 키우는 놈들이니 한겨울에 산란을 한 거겠죠.

 

조명은 산란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초 때문에 하루 10시간씩 조명을 켜 줄 때도 낳고, 일부러 조명을 6시간 이하로 켜 줄 때도 낳았습니다. 금붕어의 계절감각은 전적으로 수온에 따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알을 받아서 새끼를 기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치어가 알에서 깨어났을 때가 가장 취약하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헤엄은 칠 수 있지만 느리고 힘이 없어서 어느 정도 큰 다른 치어들이 잡아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되요. 갓 깨어난 치어들은 바닥이나 벽에 몸을 붙이고 쉬고 있는데, 그 때가 가장 공격에 취약한 순간입니다. 몸길이 6~7mm 정도 되는 치어가 갓 깨어난 치어를 잡아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랐죠. 치어통에 고만고만한 치어들 밖에 없어서 포식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나중엔 수정란만 따로 모아 놓고, 깨어난 치어가 어느 정도 커서 스스로 헤엄칠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치어통에 합류시키는 방식으로 번식시키니 그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고작 일주일 정도 차이에 같은 치어들에게 포식되느냐 아니냐가 갈리니 자연의 비정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 식욕과 먹이 주기 > 

 

금붕어 키우는 사람들이면 다들 하는 이야기가 이 놈들의 끝없는 식욕이죠. 한마디로 무진장 처먹고 무진장 싸댑니다. -_-;;; 어느 정도로 먹느냐면, 목구멍이 막혀 더 이상 먹이를 삼킬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먹어요. 치어들은 내장이 투명하게 비치니 그런 게 다 보이죠. 그 상태에서도 먹이는 계속 물었다 뱉었다 하면서 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건 성어도 마찬가지구요. 치어들은 뱃속이 꽉 차서 배가 툭 튀어 나오고 몸이 비대칭으로 변형될 정도로 먹습니다. 재미 있게도 금붕어도 사람처럼 위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그 방향으로 배가 튀어 나오더군요. 너무 작아서 사진으로 찍어 보여 드리기 힘든 점이 유감이네요.

 

그럼 무진장 먹어대는 이 녀석들이 소화는 잘 시키냐면,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한번 먹이를 주면 다 소화시키는데 적어도 3일은 걸리는 거 같아요. 한번은 백탁을 잡느라 4일정도 먹이를 안 준 적이 있는데 3일 내내 똥을 싸다가 4일째 되서야 멈추더군요. 치어들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아무래도 체온이 낮은 변온동물이니 대사 속도도 느린 거겠죠. 수온을 낮추면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물고기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구요. 이래서 일주일 정도 먹이를 안 줘도 아무 문제 없는 거 같습니다. 

 

하여튼 이 놈들이 워낙 잘 먹으니까 먹이 주다 보면 재밌거든요? 또 사람도 알아 봐서 먹이도 계속 보채고. 보채면 보채는 대로 먹일 주다 보니 덩치도 엄청 커지고 똥도 알도 엄청 싸대고 말이죠. -_-;;; 덕분에 자반 어항 하나 굴리다가 2자광을 하나 더 들이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웃기는 게 2자광 들이기 전엔 자반도 크다고 느꼈는데 이젠 자반어항이 엄청 작아 보여요. -_-;;;; 암튼 더 이상 새끼를 낳게 놔두다가는 감당 못할 거 같아서 요즘은 먹이 주는 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어류는 적게 먹어도 성장이 안 될 뿐 생명엔 지장 없어요. 오히려 적게 먹어야 오래 살기도 하고. 근데 또 먹이 보채는 걸 안 주자니 참 가슴 아픈 게...ㅋㅋㅋ 손자 배터지게 먹이는 할머니 심정이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ㅋㅋㅋ

 

 

< 성장, 변색과 개체 차이>

 

금붕어 유어의 변색은 대체로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시작되는 거 같습니다. 가장 먼저 아가미부터 색이 변하고, 배, 얼굴, 등, 지느러미 순으로 색이 변합니다. 변색이 시작되고 나서 몸 전체가 바뀌는데는 한달 좀 넘게 걸리구요. 유어들이 색이 변할 때는 매일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조금씩 조끔씩 황금색 부위가 넓어지는 걸 보는 건 집에서 번식 시키는 사람만의 특권이겠죠.

 

변색은 검은 양말에 락스 떨어트린 것처럼 하얀 얼룩이 생기다가 그게 점점 넓어지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변색 초기에는 옅은 노란색이고 그게 점점 짙어지죠. 변색이 다 되더라도 성어보다 훨씬 색이 옅은 편입니다. 성어도 조명이나 먹이, 나이에 따라서 색이 변하니까 어린 놈들도 성장함에 따라 색이 더 짙어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어들의 성장 속도나 변색 여부는 개체 차이가 심한 거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동배들인데도 어떤 놈은 벌써 성어에 준할 만큼 커진 녀석도 있고, 어떤 녀석은 아직도 유어 티를 못 벗은 놈도 있어요. 변색도 가장 큰 놈은 아직 기미도 안 보이는데 그보다 작은 녀석이 벌써 다 변색된 놈도 있구요. 같은 유전자를 받아도 개체 차이가 더 크게 보이는 거 같아요.

 

저희 집 금붕어들의 개체 차이 중에서 크게 보이는 게 꼬리 지느러미가 하나인가(싱글테일), 둘인가(더블테일)입니다. 싱글테일이 우성이라고 하는데 더블테일 숫자도 상당합니다. 저 위 사진에 어미 개체처럼 더블테일이 감상하기에는 훨씬 예쁘지만 유영 능력이나 성장속도는 싱글테일이 더 좋은 거 같습니다. 대체로 같은 시기에 태어난 녀석들 중에 성장이 더 빠른 건 싱글테일들 쪽입니다.

 

 

< 암수 >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봐도 번식기가 되서 수컷의 추성(눈가나 앞지느러미의 돌기)이 나타나기 전엔 금붕어의 암수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거 같습니다. 그래도 구분이 된 다음에 보면, 수컷 쪽이 좀 더 힘도 세고 덩치도 커지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어미 금붕어가 덩치가 더 컸는데 나중에 들어온 수컷이 훨씬 커지더군요. 암컷 쪽은 알을 만드느라 성장이 느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유영 능력 > 

누가 금붕어는 수영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 놈들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 하나도 안 듭니다. 빠르기도 하거니와 큰 놈들은 힘도 세서 물 한번 튀기면 어항 밖이 물바다가 되요. -_-;;;; 뭐 유영 능력이 부족했으면 붕어들이 우리 나라 하천에 그렇게 많이 살겠습니까. 걍 쏘가리나 가물치 같은 육식성 어종에 비해 느리다는 이야기겠죠.

 

 

< 지능과 후각, 시각> 

금붕어가 어류 중에서는 지능이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얘네들 기르다 보면 사람을 알아봐요. 그리고 제 자세에 따라서 먹이를 주는가 안 주는가도 구분을 하더군요. 저는 보통 먹이를 줄 때는 일어서서 주고, 감상할 때는 앉아서 보는 편입니다. 붕어 놈들이 이걸 알아서 제가 일어서면 먹이 달라고 엄청 보채고, 앉아 있으면 절 관찰하고 있어요. 또 먹이를 줄 때면 조명을 키니까, 제가 일어서서 다가가 조명을 킨다면 먹이를 주는 걸로 알고 수면 가까이로 다 몰려 옵니다. 좀 더 조련 시키면 누가 하는 것처럼 손 위로 부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전 물고기 만지는 취미는 없으니 패스하죠.

 

이렇게 사람도 알아보는 놈들이 왜 또 똥을 자꾸 먹으려 드는지... 제가 느끼기엔 얘네들은 후각보단 시각 위주로 판단을 하는 거 같아요. 먹이 냄새에도 분명히 반응은 하지만, 냄새를 쫓아가기 보단 자기 시야에 먹이가 들어오면 움직이는 편이더군요. 그러니 똥도 눈앞에 지나가면 일단 입에 넣었다가 아니다 싶으면 뱉고 그럽니다. 

 

 

< 식물 > 

 

금붕어 기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식물을 기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 자식들이 풀떼기만 보면 다 뜯어 먹어서... ㅠㅠ 멋모르고 수초 좀 넣었다가 아주 비참한 꼴을 보고 말았죠. 모스 종류는 다 뜯어 먹어서 흔적도 안 남았고, 마리모는 입수시킨 당일날 갈가리 찢어져서 날라 다니다가 모두 뱃속으로 골인. 볼비티스도 작살나서 뿌리만 남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수초가 미크로소리움과 나나 밖에 없습니다만 얘네들도 큰 놈들 있을 때는 새 잎이 남아나질 않더군요. 그래도 요즘은 치어들만 남겨 놓으니 수초가 다시 자라고 있습니다.

 

수초 기르는 사람들한테 반드시 따라 오는 게 이끼인데 오히려 저는 이끼 끼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수초하고 이끼가 자란 다음부터는 수질이 너무 좋아졌거든요. 또 이끼를 긁어내면 붕어들이 엄청 잘 먹습니다.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실이끼 정도는 정기적으로 긁어내야 한다는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물고기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