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포스팅이 없어서 그냥 어항 돌리는 거 근황 몇 자 적습니다.
붕어들은 늘상 그렇듯 잘 지냅니다. 많이 먹고 많이 싸고 아무 고민 없이 살죠. 물론 작은 놈들은 먹히지 않기 위해 나름 필사적으로 사는 것 같긴 합니다.
이번 여름은 수온 관리가 힘들었습니다. 한창 더울 때는 수온이 30도를 넘어서 그런가 큰 애들도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얼음도 넣어 주고 아이스팩도 썼지만 결국 2년 키운 녀석 한마리가 죽었습니다. 어릴 때 병을 앓아서 입이 작아진 바람에 먹이도 입자가 작은 것만 먹던 아이였습니다. 어느날부터 식욕도 없어 보이고 바닥에 엎드려 쉬는 모습을 보이더니 아침에 온 몸을 뜯긴 채로 발견되더군요. 우리 어항 젊은 붕어들은 어릴 때부터 형제포식하고 자라던 놈들이라 그런가 약해진 녀석한텐 자비가 없습니다. -_-;;; 더울 땐 물고기도 잘 먹어야 버티는 거 같아요.
지금도 덥지만 다행히 어려운 고비는 넘긴 듯 합니다. 이젠 더울 때도 수온이 28도는 안 넘어가네요. 앞으로 더 더워질 거 생각하면 내년엔 거실에도 에어컨을 들여 놔야겠어요.
수온이 높아서 보이는 현상 중 하나는 똥이 매우 빨리 분해된다는 겁니다. 똥 치워주려고 보면 다 분해되고 남은 허연 섬유질만 날아 다닙니다. 이건 수질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니 좋아해야 하는 건가?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덥다는 증거이기도 하겠네요. 암튼 물생활 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 신기합니다.
그동안 유어들은 몇 마리 죽었습니다. 세마리 정도는 기형이라 도태시켰습니다. 척추가 휜 녀석들은 어쩔 수 없어요. 몇 마리인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부레병으로 죽었습니다. 자세를 못 가누고 자꾸 위로 뜨는 증상입니다. 치료법이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봐도 수질 문제는 아닌 거 같고 그냥 약한 녀석들이 도태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는 사고사. 이렇게 죽어 나가도 원체 숫자가 많으니 티도 안 나네요.
요즘 고민이라면 유어들이 크는 속도가 느리다는 거? 작년 11월에 태어난 애들은 이미 거의 성체가 됐는데 올해 1월쯤 태어난 애들이 유난히 성장이 느립니다. 먹이를 더 줘야 하나... 뭐 분양 시킬 문제를 생각하면 느리게 크는 게 저한테 낫긴 합니다.
분양 하니 말하는데 준성체 3마리를 회사 동료에게 분양했습니다. 그 집 애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붕어한테 이름도 지어 줬다는데 나 같은 사람은 이해 못할 감성... ㅋㅋㅋ 전 그냥 암놈, 숫놈, 그리고 애새끼들로 구분하고 말거든요. ㅋㅋㅋ 지금 성장하고 있는 녀석들 생각하면 보다 가열차게 분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식업자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할까... ㅋㅋㅋ
그리고 유어들 중에 알비노로 의심되는 개체가 2마리 있어서 기대 중입니다. 아직 너무 작아서 확신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유난히 희고 투명해 보이는 애들이 있어요. 만약 알비노라면 크게 키웠을 때 보람이 있을 거 같습니다.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지만 이 눈곱만한 놈들 사진 찍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카메라를 사야 하나...
암튼 그래도 여름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물생활에 가장 어려운 계절이 여름이란 거 지낼 때마다 더욱 실감하게 되네요. 물생활하시는 다른 분들도 이번 여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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