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리슐리외

함부르거 2023. 5. 12. 15:11

 

아르망 장 뒤 플레시(Armand Jean du Plessis), 리슐리외(Richelieu) 추기경으로 더 유명한 인물. 지금의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그가 살았던 시대는 대혼란의 시대이자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프랑스는 위그노 전쟁의 여파가 아직 가라 앉지 았았다.  낭트 칙령으로 일단 갈등은 봉합되었으나 그 주인공인 앙리 4세는 암살당해 버렸다. 은 어리고 여전히 지방의 귀족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왕권에 도전했다. 하다 못해 왕과 그의 어머니가 내전을 벌일 정도였으니. 

 

국제적으로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었다. 독일에선 30년 전쟁이 발발하고 수많은 나라들이 휘말려 들어 누군가는 참담하게 몰락하고 누군가는 흥기할 기회를 잡았다. 기존의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의 양자 구도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국제질서는 무너지고, 여러 강대국들이 서로 대립하며 주도권을 다투고 있었다.

 

이 혼란한 시기, 리슐리외는 국내적으로는 귀족들을 억제하고 왕권을 강화함으로써 프랑스가 진정한 통일 국가로 나아갈 길을 닦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빛나는 그의 업적은 외교에 있었다. 아직도 종교와 혈연과 같은 구시대의 관습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던 시대에, 그는 프랑스의 국가이성을 외교 원칙으로 구축한다. 모든 것을 뛰어 넘어 프랑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국가이성에 따라, 프랑스는 카톨릭 국가임에도 신교 진영의 편을 들어 30년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된다.  나아가 이후 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강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후계자들이 철저히 국가이성에 따라 나라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의 국가이성에는 여러 비판이 존재한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범죄행위도 용인된다는 사상이라든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이익에 손해를 끼친다던가 등 비판할 점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미래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던 어둠의 시대를 프랑스는 그의 확고한 원칙과 지성을 등불 삼아 헤쳐 나왔으며, 근대를 이끌어 가는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의 시대를 17세기 유럽 세계와 비교한다면 무리한 일일까? 절대 강국이던 미국은 분명 약해지고 있다. 달러 패권도 보는 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흔들리고 있는 건 분명하다. 세계 한 구석에선 큰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모든 나라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이 될 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한가지 길만 바라본다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같이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처한 나라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시점에서 리슐리외를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철저한 이성에 기반하여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나라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다. 과연 대한민국에는 그런 인물이 있는가?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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