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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문제점이랄까 (2016. 7. 29)

함부르거 2023. 4. 7. 09:54

이번 웹툰 사태를 보면서 트위터의 문제점이랄까 상당히 느끼게 되는데요. 사람들의 행태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한계를 느끼게 됐습니다.

 
트위터는 매체 특성상 140자 이내의 단문 메시지를 연속적으로 올리고 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게 됩니다. 이 방식이 트위터란 플랫폼의 강점이자, 또한 최대의 약점이 됩니다. 
 
트위터에서 발신자는 짧고 강한 메시지를 쏟아낼 수 있습니다. 말 하는 것 한마디 한마디가 팔로어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리트윗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되게 되지요. 그래서 트위터의 기본적인 메시지 소통 방식은 단방향의 트리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일부 최상위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전파할 수 있는 구조지요. 때문에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 말을 지지자들에게 자동으로 전파해 주는 시스템을 어떤 정치인이 마다하겠어요?
 
물론 커뮤니케이션이란 게 일방향적이기만 하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멘션(@), 다이렉트 메시지 같이 발신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잘 활용하면 일종의 실시간 채팅처럼 쓸 수도 있죠. 때문에 트위터를 무슨 카톡같은 개인적 메신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 같습니다. 이게 매우 문제가 됩니다만...
 
트위터는 단문 메시지로 출발한 플랫폼이라 그런지 스마트폰에서의 활용이 웹 환경보다 훨씬 편합니다. 일단 트위터 앱부터가 그렇고 다른 서드파티 앱들도 웹 환경보단 스마트폰에 더 좋은 게 많습니다. 저도 다른 건 다 웹으로 하는 게 편해도 트위터만큼은 스마트폰이 더 편하더군요. 스마트폰 활용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란 점은 1인 1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서 트위터가 활성화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는 트위터를 흥하게 한 트윗, 리트윗, 멘션, 스마트폰 최적화 같은 요소들이 트위터를 몹쓸 물건으로 만드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주로 사용하다 보니 개인적인 메신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말실수를 할 때가 많습니다. 짧은 말만 쓰기 때문에 생각 없이 쓰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거죠. 문제는 이게 공공에 공개된 플랫폼이다 보니 말실수 한번이 순식간에 전파됩니다.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140자의 한계가 있다 보니 말실수에 대한 해명도 어렵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길게, 자세히 논의를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트위터 타임라인을 본 적 있으십니까? 연속되는 단문 메시지가 죽 늘어지는데 읽는 게 괴로운 건 둘째 치고 논의의 방향이 어디로 이어지는 지 알기도 어려워요. 원래 온라인 논쟁이란 게 길어지면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트위터는 그게 극에 달해 있습니다. 메시지는 파편화되고 맥락은 뒤죽박죽으로 섞여 버립니다. 이건 그냥 웹 게시판이나 블로그만도 못해요.
 
메시지가 파편화 되는 것은 리트윗 때문에 더 심해집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길게 여러 트윗으로 나눠 하면 그 사람의 팔로어가 아닌 이상 전체 맥락을 읽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리트윗은 그 중에 한두개만 합니다. 그럼 리트윗된 트윗을 읽는 사람들은 전체 맥락에서 잘려져 나간 그 트윗만 읽게 됩니다. 오해를 사기 딱 좋은 방식이고, 리트윗을 통해 메시지를 왜곡하기에도 딱 좋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가 팔로잉 하는 사람들만 읽게 된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취향이나 사상이 비슷한 사람들만을 팔로잉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팔로어가 많아도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모이게 됩니다. 위에 트리 이야기를 했는데, 트위터의 인맥관계도는 이런 소수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트리가 무수히 존재하는 식입니다. 팔로어가 수천명이라도 인터넷 전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 이야기만 읽게 되니 논의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딱 좋지요.
 
이 모든 게 종합되다 보면 트위터는 말실수를 하고, 오해를 낳고, 편견이 증폭되는 시스템이 됩니다. 퍼거슨 경이 한 말이 정말 딱 맞네요. 와우~ -_-;;;;; 
 
사실 트위터도 잘 쓰면 괜찮은 시스템입니다. 아까 정치인 이야기를 했지만 잘 쓰는 사람들은 매우 유용하게 트위터를 사용합니다. 그 방법은 메시지를 잘 정제해서 쓰고, 유용한 정보를 전파/수집하는데 사용하는 겁니다. 창작자는 자기 작품 샘플이나 올려 놓는 정도로 사용하는 게 좋구요. 트위터의 좋은 점은 하기 싫은 이야기는 안해도 된다는 겁니다. 일방향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잘 활용하면 유용한 실시간 정보 전파/수집 툴이 됩니다. 그 외의 용도는... 그냥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