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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여과기 ZB-300F 후기

2자 광폭 어항을 새로 세팅하면서 유동성 여과기를 보조여과기로 도입했다. 모델은 지스 ZB-300F. 애초에 이런 타입의 여과기를 기성품으로 판매하는 곳은 국내에 지스 밖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다. 1달 정도 사용해 본 감상은 다음과 같다. 소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여과재가 움직이면서 내는 소음은 거의 없는 느낌이고 오히려 물거품 소리가 크게 나올 수 있다. 물거품 소리는 출수구의 높이를 수면에 맞춰서 조절하면 매우 작아진다. 공기방울이 수압 차이 때문에 큰 소리를 내는 듯. 때문인지 출수구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잘 조절해 놓으면 기포기 구동음이 더 크게 들릴 정도다. 여과재가 동영상처럼 빙빙 돌기까지는 약 한달 정도 걸렸다. 박테리아가 여과재 표..

물생활 2024.03.22

외가댁 유전자에 감사할 점 하나

내 외가댁이 솔직히 말해서 튼튼한 유전자가 아니다. 외가쪽 친척들 보면 충치는 기본으로 있고, 관절염, 고혈압도 엄청 많다. 외가 조상님들 중엔 요절한 분도 많은데다 자식도 별로 없어서 울 외할아버지는 5대인가 6대인가 독자일 정도. 그 외할아버지만 해도 일제시대에 징병검사 받으니까 군의관이 "집에 가서 죽을 준비나 해라"고 할 정도로 허약했던 양반이다. 그나마 땅부자 양반 가문이라서 대를 이어 온 거지 농투성이 평민이었으면 아마 진즉에 대가 끊어졌을 집안 아닌가 싶다. 이런 외가댁 유전자 덕인지 나도 충치 다발에, 어릴 땐 허약체질이라 잔병치레도 엄청 잦았다. 그럼에도 딱 하나 외가댁 유전자에 감사할 게 있다. 바로 머리카락. 외가댁 남자들 중엔 대머리가 하나도 없다.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짧은 생각들 2024.03.18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를 보면서...

저출산이 전세계적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 지금부터 벌써 100년도 전에 후천 세상이 올 것을 말한 강증산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후천 세상이 오면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는 건 이미 1910년대부터 증산 신앙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선 널리 퍼져 있던 이야기였다. 후천이 오면 출산과 인구가 왜 줄어드는가는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너무나 자명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장황하니 생략한다. 일전에 서울대 조영태 교수가 강연에서 "앞으로 가장 전망 좋은 직업은 농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식에게 무얼 시킬 거냐는 질문에 답한 말이었다. 그런데 강증산은 "후천에는 농민을 상등 사람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나는 더 이상 특정 교단에 속해 있진 않지만 여전히 신앙심을 간직하고..

짧은 생각들 2024.03.07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영감님의 마지막 영화가 될 거 같은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어린 시절 영감님 영화를 보면서 자라고 성인이 되고 이젠 중년을 넘어 가고 있는 저 같은 팬한테는 여러 가지로 애잔한 감상이 드는 영화였네요. 이 영화는 영감님의 인생 그 자체예요.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은 그냥 제목만 빌려 온 거고 영감님이 자기 인생 이야기 하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모노노케히메 때랑 똑같습니다. "살아라." 그리고 거기에 한마디 더 붙이는 거죠. "난 이렇게 살았는데, 너희는 어떻게 살 거냐?" 먼저 경고하는데 이 영화는 매우 불친절합니다. 배경 설명이고 뭐고 없고, 타이틀부터 바로 본 이야기 시작이예요. 34년 넘게 영감님 팬이었던 저도 러닝타임 내내 무슨 이야기인지 헤매다가 ..

영화 2023.10.28

녹천주조장 소곡 화주 41도

예전에 제사 지낼 때 작은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녹천주조장의 소곡 화주 41도를 오늘 마셔 봤습니다. 첫 감상은 이런 대단한 술이 이 가격에? 라는 느낌이네요. 구수한 곡물향이 올라오지만 눅눅한 느낌이 없이 산뜻합니다. 재료로 국화가 들어갔다는데 국화향은 곡물의 눅눅한 향을 잡아서 산뜻하게 정리해 주는 정도로 그쳐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네요. 술에서 꽃향기가 지나치면 맛을 망치는 수가 있는데 깊게 맡아 봐야 겨우 느낄 정도라서 적당한 밸런스를 잡고 있습니다. 다만 누룩 냄새 싫어하시는 분한텐 좀 안 좋을 수 있겠네요. 알콜 도수 41도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입술에서는 부드럽지만, 또 목으로 넘어갈 때는 적당한 자극을 주면서 깊은 뒷맛을 남깁니다. 이거 의식적으로 자제하지 않으면 계속 마셔서..

식문화 2023.10.19

리슐리외

아르망 장 뒤 플레시(Armand Jean du Plessis), 리슐리외(Richelieu) 추기경으로 더 유명한 인물. 지금의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그가 살았던 시대는 대혼란의 시대이자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프랑스는 위그노 전쟁의 여파가 아직 가라 앉지 았았다. 낭트 칙령으로 일단 갈등은 봉합되었으나 그 주인공인 앙리 4세는 암살당해 버렸다. 왕은 어리고 여전히 지방의 귀족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왕권에 도전했다. 하다 못해 왕과 그의 어머니가 내전을 벌일 정도였으니. 국제적으로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었다. 독일에선 30년 전쟁이 발발하고 수많은 나라들이 휘말려 들어 누군가는 참담하게 몰락하고 누군가는 흥기할 기회를 잡았다. 기존의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의 양자 구도를 ..

역사 2023.05.12

옛날 찻잔 하나 - 노리타케 997 "Linda"

관심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옛날 찻잔 하나 올립니다. 일본 노리타케 사의 997 린다 찻잔입니다. 할아버지 돌아 가시고 집 철거하기 전에 챙겨 나온 물건이죠. 아마 70년대에 어머니가 시집 오면서 사 오신 물건 아닌가 싶어요. 이 시리즈가 생산되던 연도가 1970~79년이군요. 그 시절에도 허투른 물건은 절대 안 쓰시던 울 엄니... ^^;;; 보다시피 엣지 코팅이 약간 벗겨진 거 말곤 멀쩡합니다. 디자인이나 실용성이나 오늘날 물건에 뒤질 거 없구요. 뭐 본 차이나가 개발된 게 무려 18세기의 일이니... 요즘 노리타케 사의 비슷한 물건을 신품으로 사려면 최소한 5만~10만원대 들고, 외국 중고 사이트에서 찾아 보니 컵이랑 받침 세트 합쳐서 2만원대에 거래 되더군요. 이런 물건을 알아 보고..

커피를 맛있게 뽑기 위한 원칙

[이미지 출처 : pexels.com] 커피를 맛있게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과연 맛있는 커피란 무엇일까? 사실 맛있는 커피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향에 집중하고 어떤 사람은 입에 닿는 텍스쳐를 중시하며 어떤 이는 라떼나 아이스 커피를 좋아한다. 맛있는 커피의 정의란 백인백색, 하나로 통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커피를 맛있게 뽑는 법에 대해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덧셈이 아닌 뺄셈으로. 즉 커피를 맛있게 뽑는 게 아니라, 맛 없지 않게 뽑아야 한다. 커피를 망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원두가 100의 맛을 가지고 있다면 추출 과정에서의 여러 마이너스 요소들로 인해 우리는 그 이하의 맛만 볼 수 있게 된다. 즉, 이 마이너스 요소를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

식문화 2023.04.28

자유행성동맹 국가를 들으며 소름 돋았던 순간

은하영웅전설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동맹 국가를 들었던 감상은 '뭐가 이렇게 순해' 였다. 소설에서의 묘사는 라 마르세예즈 같은 초 피끓는 혁명가였는데 곡조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순딩순딩하기 그지 없었던 것. 뭐? 깃발을 날려라, 자유의 종을 울려라? 역시 외부에서 던져진 가짜 민주주의 속에서 살고 있는 일본 놈들의 민주주의 이해란 말랑말랑 꽃밭이구만. ...... 그러던 게, 자유행성동맹 국가도 혁명가구나, 사람의 피를 끓게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소름 돋았던 게 바로 이 장면. 이제를론 공화국 선포식. 자유행성동맹은 망했어, 양웬리도 죽었어, 민주주의는 끝장났다고 모두가 절망하고 있는 이 때. 한 줌의 사람들이 이제를론 요새라는 그야 말로 망망 대해 속의 쪽배에 모였다. 그리고 선포하는 거다. 민주주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