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가댁이 솔직히 말해서 튼튼한 유전자가 아니다. 외가쪽 친척들 보면 충치는 기본으로 있고, 관절염, 고혈압도 엄청 많다.
외가 조상님들 중엔 요절한 분도 많은데다 자식도 별로 없어서 울 외할아버지는 5대인가 6대인가 독자일 정도. 그 외할아버지만 해도 일제시대에 징병검사 받으니까 군의관이 "집에 가서 죽을 준비나 해라"고 할 정도로 허약했던 양반이다. 그나마 땅부자 양반 가문이라서 대를 이어 온 거지 농투성이 평민이었으면 아마 진즉에 대가 끊어졌을 집안 아닌가 싶다.
이런 외가댁 유전자 덕인지 나도 충치 다발에, 어릴 땐 허약체질이라 잔병치레도 엄청 잦았다.
그럼에도 딱 하나 외가댁 유전자에 감사할 게 있다. 바로 머리카락. 외가댁 남자들 중엔 대머리가 하나도 없다.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흰 머리도 많지 않은 풍성풍성한 머리카락이셨다.
반면에 우리 친가는 몸은 튼튼한 편이지만 하나같이 대머리... 울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 때 쯤엔 이미 속알머리가 훌렁 다 벗겨지셨다.
하지만 나는 머리 숱이 적어지긴 했지만 아직 멀쩡하게 건재하다. 내 동생은 숱도 안 적어지고 아직도 쌩쌩하다. 머리카락 유전자는 이 녀석이 더 받은 모양이다. 그러니 적어도 머리카락에 있어서만큼은 외가댁 유전자에 감사 중이다. 직장 은퇴할 때까지는 머리가 버텨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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