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것이다. 문제의 범위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일정부터 물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통 '알아 보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다음 문제의 범위를 파악하고 일정을 산출한 다음 통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주로 마케팅 쪽 사람이고 이들은 고객이 물어보는 것을 날것으로 그대로 - 너무 그대로라서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 옮겨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객은 대답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말이다.
하 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 한참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이나 날아오고 있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 생산성은 200% 하락한다 -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것은 프로그래머의 일 속성에 전혀 맞지도 않고 방해만 된다. 프로그래머는 진짜 기술적인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부와는 최대한 멀리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IT 매니저가 필요한 이유이다.
프 로그래머들은 그들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는 - 그러나 회사에는 중요한 - 일을 처리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고객의 전화를 받고, 기술적인(실은 대부분의 경우 정치적인) 협의를 하고, 일정을 산출하고, 팀의 여유자원을 파악하고, 마케팅 부서에서 날아오는 때로는 말도 안되는 일들에 대하여 이게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는 지 여부를 따지고, 각 프로그래머들이 규칙에 따르도록 지도하고, 업무를 분배하는, 이런 관리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프로그래머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프로그래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넌 네 능력의 반의 반의 반 정도만 발휘하고 나머지는 전화 받는데 써라."
그렇다고 전화 잘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그 렇기 때문에 나는 일정을 요구하면 일단 최소 3배는 부른다. 예측 못할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케팅 쪽에서 복장이 터지든 말든 고객이 화를 내든 말든 내가 하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보다는 일단 일정을 부풀리는 것이 보신에 좋다는 것을 깨닫고 만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된 IT 매니저가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하진 않았겠지. 아니면 나한테 프로그래밍을 시키질 말던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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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n 2023:
2006년, 한창 비IT 회사에서 업무하던 시절의 이야기. 지금 같으면 적당한 외주 용역 써서 매니지먼트에 집중하겠지만 저 때는 그런 역량이 없었다. 뭐 거지 같은 회사라 그런 용역비도 아까워할 사람들이 경영진이었으니 소용 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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